특이점에 대비한 인간 중심의 기술 윤리는 가능한가?
기술이 빠르게 진보할수록 윤리는 더 필요해진다
2025년 현재, 기술은 인간의 사고 속도를 앞질러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창작을 하고, 감정을 인식하며, 의료 진단을 보조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상황이 많아질수록, 그에 대한 윤리적 통제는 더 절실해진다.
특히 특이점(Singularity)이 가까워질수록,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책임의 주체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AI가 잘못된 의료 판단을 내리거나, 편향된 알고리즘이 사람을 차별할 때, 우리는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인간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특이점 이전의 과도기에서 “인간 중심의 기술 윤리는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야 한다.
인간 중심의 기술 윤리를 구축하기 어려운 이유
기술 윤리를 말하는 것은 쉽지만,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첫째, 기술 개발 속도가 윤리 논의보다 훨씬 빠르다. 기업은 경쟁 우위를 위해 기술을 앞다투어 상용화하지만, 그에 대한 법적·윤리적 기준은 뒤늦게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윤리 기준은 문화, 국가, 사회마다 다르다. 어떤 나라에서는 허용되는 기술이 다른 나라에서는 금지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얼굴 인식 기술은 공공 안전을 명분으로 도입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셋째, 기술 윤리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이익, 소비자의 편의,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어디에 기준을 둘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렇기에 기술 윤리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고, 실천은 항상 타협과 조정이 필요하다.
윤리적 기술 설계의 핵심은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기술 윤리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설계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람’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편리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해 작동하며,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설계다.
즉, AI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판단에는 반드시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원칙이다.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은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다.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그 작동 방식이 누구에게나 이해 가능해야 하며, 결과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 중심 기술 윤리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매우 실용적인 접근이며, 실현 가능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특이점 이후에도 인간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을까?
특이점 이후에는 인간이 만든 기계가 스스로를 개선하고, 진화하는 시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술은 더 이상 인간의 ‘수단’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처럼 움직이게 된다.
과연 인간은 그러한 기술을 계속 통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윤리적 통제 가능성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윤리는 기술보다 앞서 있어야 하며, 기술보다 더 오래 작동해야 할 원칙이라는 사실도 강조된다. 특이점 이후의 시대에도 인간이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기술 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화가 시급하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윤리의 본질이다.